* 긴토키 x 오키타
홍화
(2 편)
그들과 별다른 원한 관계도 대립해야할 이유도 존재하지 않지만,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상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도 않는다. 서로를 죽여야 하는 사이도 아니지만 생포의 의지가 불타오르는 것도 아니다. 목숨을 중히 여기지만, 지도부에서도 말단의 목숨을 챙기지 않는 다는 것을 알 뿐이다. 결국 하나의 소모품으로 쓸모없어지면 다른 이들로 충원이 될 테니까. 목숨을 사리기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운명을 태우고 몸 안에 흐르는 피를 태우며 싸우는 투쟁이, 간단히 말하면 단순한 살육이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내 즐기게 됨은 같은 인간을 죽이는 자들이 스스로를 자조하며 비소를 던지기 위해 만들어 낸 하나의 놀이이다. 광증이 치밀어 피를 즐기게 되면, 적어도 칼을 휘두름에 있어 의문이나 의심이 들지는 않는다. 그렇게 맹목적인 투귀가 된다면 하루의 삶은 연장할 수 있다.
" 그래도 그렇지 바퀴벌레마냥 어디서 저렇게 튀어나오는 거래요? "
" 그 만큼 세상에 문제가 많다는 뜻이겠지. 불만이 많으니까 새로 생기고 튀어나오는 거 아니야. "
" 귀찮게. "
보자하니 몇 몇은 총기를 거누고 있었으며, 몇 몇은 검을 익히 잡고 있는 모습으로 봐서 꽤나 실력이 있는 자들임은 틀림없었다. 그래도 이 곳에서 전부 죽어나가던지 할복을 하던지 하겠지만. 겁 먹은 표정들은 아니지만, 애초에 전력 차이라는게 있는 법이니까.
" 신센구미다. 말 안해도 알겠지만, 불법적 무기 밀매에 대한 조항, 양이 활동에 대한 조항으로 네놈들을 체포하니 투항하라! "
" 어차피 듣지도 않을 텐데 뭐하러 입 아프게 얘기하고 앉아있나 몰라. "
" ...적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했군. "
" 아아, 히지카타씨 언제 죽나 몰라. "
고막에 대고 시끄럽게 외쳐대는 벌레 새끼에게 바주카를 먹여주고 꽤 많은 수의 벌레들이 모여있는 곳에 한 발 더 갈겨주니 생각외로 빠른 속도로 피하는 모습이 뭐, 나름 절경이다. 아무래도 장전 속도와 투하 속도에 약간의 딜레이가 있다보니 총기가 난전에 유용하게 이용되지 못하는 점은 꽤나 애석하다. 좋은 무기들도 많은데 굳이 검을 들고 움직여야 하잖아. 쯧, 무기를 조금 더 강화하던지. 경찰에게 반동분자를 찾아내라 명하면서 왜 지원을 그렇게 짜게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니까. 공무원들이 하는 짓이라곤 뻔하디 뻔하지만. 처들어가서 이쪽을 죽일게 아니라 개새끼들을 족쳐야하나.
" 히지카타씨. 빨리 치우고 막부나 처들어갈까요. 왠지 개 머리들이 명령을 내리는 꼬라지가 마음에 안드는데. "
" 아서라. 국장이 길을 정하면 우리는 거기에 따라가는거니까. "
빠르게 발검을 하며 앞에서 튀어나오는 두 장정을 베어넘기며 빠르게 접전을 일으키는 와중에 예전에 생포하려다 놓쳤던 두 사무라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들을 보자 은발의 사무라이의 생각이 떠오른다. 그 누구도 따라하지 못할 변칙적이면서도 철저히 실용적인 전검. 쾌검이라기 보단 중검에 가까웠던 묵직함에 피부가 저려올 정도로 매서웠던 검세. 그러나 한 치의 투쟁심도 보이지 않았던 무심하고 여유로웠던 눈. 확실히 지금 생각해봐도 그 쪽은 희한하기 짝이 없는 존재였다. 매섭게 치달아오는 검을 튕겨내며 그의 검로를 떠올리며 묵직하게 옆구리 쪽을 쓸어보지만 검은 너무나도 쉽게 튕겨 나갔다.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검로와 검세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까지 강해지기까지 투쟁심이 없을 리가 만무 한데 말이지.
" 답지 않게 고전하고 있어? "
" 실험해 볼 게 좀 있어서요. "
실전이 아니면 사용하기 힘들다. 목검으로라도 목이나 배가 뚫리면 꽤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게 당연하니까 대련용으로 사용하긴 힘들다. 그래서 목검을 들고 다니는 건가. 엔간하면 죽이는 것보단 나아서? 뭐야, 사디스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잖아. 그렇게 고생할 바엔 한 방에 보내주는게 보통 덜 고통스럽지 않나?
" 이 일이 끝나고 단기 휴가 좀 받아가도 돼요? "
" 평소에도 땡땡이 치는 주제에 말이 많아!! "
" 아아, 된다는 거죠? "
앞에서 다가오는 검을 목전에 두고 이 쪽에게 감정을 소모하며 목에 핏줄을 세우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는 히지카타씨를 피해 눈에 거슬리던 두 양이지사쪽으로 몸을 틀었다. 꽤 동요하는 눈 빛을 보이는 것이 아무래도 이쪽을 기억하고 있는 듯 싶다. 그러게, 그 때 살아났으면 멀리멀리 도망쳐야지 코 앞에서 이렇게 잡혀버리면 살려달란 말도 못하고 죽어버릴텐데. 쯧, 이번엔 그 은발 형씨는 오지 않으려나.
" 우리 구면이죠? 앞으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 사람 일이란건 모르는 거라니까. "
" 괴물... "
익히 들어 온 호칭에 별 반감은 없지만, 괴물이라니. 더 괴물같은 형씨가 그 쪽들을 데려갔다는 걸 기억 못하려는 거려나.
" 저번에 꽤 욕 좀 먹어서 이번엔 생포를 하던 죽여서 데려가던 해야해서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요. 꽤 욕 먹은게 짜증나서. "
그 한 번의 일로 족히 몇 시간은 여자도 아니고 귀찮기 짝이 없는 히지카타씨의 목소리로 잔소리를 들었단 말이지. 거기에 한 쪽에 몰려있는 시말서를 언제 다 적어. 히지카타씨에 대한 저주로 반은 채운 것 같은데 나머지 반을 언제 채우냔 말이야. 약간은 어처구니 없는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게 명확히 느껴졌지만 굳이 일일이 대꾸할 필요가 있나 싶었기에, 가뿐히 무시하고 발도의 자세를 취하자 긴장된 눈빛으로 이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게 눈에 들어왔다. 총이랑 검이랑 겨눠서 검이 이긴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나 보지?
' 쾅- '
일전의 기억으로 인한 압박을 지우지 못했는 지 자신이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발포하며 약간은 질린듯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보였다. 거리에 반비례하게 정확도가 떨어지는 특성상 멀리에서 발포할 수록 피하기 쉬운 건 당연한 일. 몸을 뒤틀어 피하며 발도하며 두 사람을 베어버리니 이질적인 소리와 함께 피를 토하며 뒤로 물러서는 두 사람이 보였다. 하지만 자신 역시 뒤로 밀린 것 역시 사실이었다. 분명 카앙- . 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 조심. "
하얀 유카타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자신보다 큰 손이 그 다음으로 눈에 들어왔다. 한 쪽에선 거세게 외치는 히지카타씨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약간은 몽롱해지며 주변이 지워지고 단 하나의 존재가 자신의 감각에 잡혀왔다. 가장 예민하게 반응해오는 청각이 그의 거칠게 흐르는 숨소리와 낮게 깔린 목소리를 잡아냈다. 그에게서 흐르는 열기가 금방 뛰어왔다는 사실을 반증하기라도 하는 양 자신에게 까지 영향을 미쳤다.
" 형씨? "
" 어이, 위험하잖아. 저번에 구해줬으면 된거 아니야? 자살에 취미있어? 아아, 뭐 본인의 취향을 긴상은 언제나 존중해준다지만, 바로 앞에서 사람이 죽는 건 영 마뜩찮단 말이지. "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와는 달리 꽤나 심각해보이는 눈으로 자신을 흘긋 본 그는 손에 단단히 목검을 쥐고 자신을 뒤로 밀어냄과 동시에 목검을 휘둘렀다. 그의 목검이 자신이 따라하려 했던 일전의 검로를 그리며 자신의 앞에 있는 두 사람의 몸을 쳐내 뒤로 튕겨내자 강하게 벽에 부딪힌 두 사람의 몸이 폭발에 휘말리며 폭발 반경에 있는 모든 것을 쓸어버렸다. 혈육이 비산하고 내장조각이 날렸으며 제 모습을 유지한 존재는 그 공간에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을 만한 위력의 폭발.
" 하. 소이치로군. 이왕이면 자해나 자살이나 이런 취향말고 다른 취미를 갖는게 어때? 긴상이 마음이 여려서 작고 쪼꼬미한 아이가 죽으러 들어간다는 걸 그저 방관할 수만은 없단 말이지? "
" 대체 왜 폭발이 일어난겁니까? "
" 응? 아아, 체내에 폭발을 삽입했다던가 뭐라나.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몇 일전에 지붕 보수하러 갔다가 이야기를 들었달까. 에, 긴상은 잘 모른달까. "
" 저번에도 그래서 말렸던 겁니까? "
" 음, 그 때는 소이치로군이 위태로워보였달까. "
그의 눈에 들어 찬 곤란하다는 기색에 더 이상 묻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제대로 알려줄 것 같지도 않았고, 일단은 자신을 살려준 사람이기도 했으니까. 무엇보다도 그의 다정함에 스스로가 안도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으니까, 일단은 자신의 내면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생각되었다.
" 소이치로군. "
" 뭡니까? "
" 아, 조심하라고. 이번엔 감이 안 좋아 마요라를 쫓아왔지만, 긴상이 점프를 본다던가 캐츠노 아나를 보고 있다던가 파르페를 먹고 있을 땐 못 쫓아가니까. 요새 몸이 예전같지 않기도 하고. "
" 몇 번 보지도 않은 꼬맹이, 죽어도 상관없는 일이지 않나요. 형씨, 양이쪽이랑 관련도 있는 것 같은데, 차라리 내가 죽길 바래야 할 텐데? "
" 다 같이 살아가는 공간 속에서 한 명이라도 지인이 죽게 된다면 슬플 것 같으니까 그러는거다. 요녀석아. 소이치로군, 아직 앞길이 창창한 소년이 그런 험한 말을 담는 건 아니라고 봐. "
느물거리는 말투로 몇 마디 내뱉고는 언젠가 보여줬던 그 대단치도 않은 등짝을 보여주며 떠나는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기 짝이 없다. 저 끝에서 천천히 다가오며 괜찮냐 몇 마디 던지는 히지카타씨와는 다르게 한 없이 묵직하면서도 가벼운 사람이다. 언제 또 보게 될 지는 모르겠으나, 그 검에 다시 한 번 목숨을 구하게 될 일이 있을 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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