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무이 X 긴토키 X 오키타

* 요시와라 염상편 이후 시점



놀이공원

(1 편)



은발을 휘날리며 창백하게 웃고있는 긴토키는 생각한다. 오늘은 마가 낀게 분명하다고.

전에 딸을 찾아달라던 의뢰에서 꽤 많은 돈을 받았던 만큼 술을 진탕마시고 연달아 빠칭코에서 잭팟을 터트려 행복한 기분으로 집에 들어와 잤던게 어제였던 것 같은데. 어제 오늘의 운을 다 몰아서 쓴 모양이었나보다. 해장국을 먹으러 간 곳에 왠 주황색 대가리가 있었을 때부터 몸을 사렸어야 했다. 키는 쪼마난 주제에 답지 않은 괴력을 보유한게 카구라외에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야 했다. 아니 그것보다 왜 하루사메가 쓸데없이 해장국집에서 밥을 먹고 있는건데!!!! 


" 흐응~. 아무리 기분이 좋지 않아도 되도록이면 웃는게 좋을텐데~. "

" 반협박으로 불려온 주제에 기분이 좋을리가 있나. "

" 왜 이러실까. 주제를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인걸로 알고 있었는데? "

" 어이어이, 하루사메 단장이라는 작자가 해장국집에서 해장하고 있었을 때부터 주제를 파악 못한거 아니야? "

" 큭큭, 여자를 끼고 노는 건 질려서, 거기 자주 온다고 해서 기다렸지. "

" 역시 토끼는 조ㄹ... "

" 그 토끼한테 뒷구멍이 헐어버릴 정도로 뚫려보고 싶은가봐? "

" 죄송합니다. "


환하게 웃는 얼굴과는 다르게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오오라가 심상치 않다. 어째서 자신의 곁에는 사디스트들이 득시글거리는 것인지에 대해서 새삼 심각하게 고찰하게 되는 긴토키였다. 물론 본인도 도S라는 사실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각설하고, 결론적으로 해장국집을 자연스럽게 나오려던 긴토키는 뒷덜미가 잡힌채 질질 끌려들어가 보고 싶지 않던 푸른 눈과 마주쳐야만 했다. 그 누구보다도 야토의 힘을 강하게 물려받았다던 자. 우미보즈, 바다돌이의 아들래미. 카구라의 오라버니. 등등의 칭호보다도 하루사메의 제 7사단 미친 단장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작가에게는 쪼마난 주제에 긴상을 누르고 공을 차지하는 어떤 면에서든 마음에 들지 않은 카무이라는 작자의 눈과 말이다. 


엉덩이가 가볍다는 둥, 뒤를 뚫는 다는 둥의 별의 별 음담패설들을 수월하게 입에 담아올리며 뻔뻔하게 웃어대는 얼굴을 마주하고 싶은 사람이 마조외에 있기나 할까. 더군다나 본인이 우위를 점했으면 점했지, 밑에 깔릴 일은 없다 생각했던 긴토키에게 카무이는 상대하기 어려운 인물임이 분명했다. 안 그래도 요새 병원신세를 지는 바람에 체력도 딸릴 뿐더러, 쪼마난 몸에 들어찬 괴력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늙어가는 처지에 저 단단한 몸뚱아리와 부딪히고 싶지 않달까. 물리적으로든 성적(?)으로든 이왕이면 편안한 페이스로 편안한 길을 가고 싶은 긴토키였다. 그래서 마주치고 싶지 않았건만 하늘도 무심하시지. 


붉은 눈이 뚱하게 내려앉은채 시퍼런 눈을 야리지만, 방긋 웃는 미소에 야림이 먹혀버린다. 분명 표정은 이쪽이 더 살벌했던 것 같은데, 야시시하게 웃는 모습에 순결의 위험을 느꼈다고 해야할까. 차라리 칼들고 깽판치며 싸우자고 하는게 더 편할 것 같은 기분. 머리를 복작시레 만드는 존재를 치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며, 긴토키의 얼굴이 구겨지지만 주홍 대가리에게서 흘러나온 몇마디의 협박에 순한 양이 되어 따라갈 뿐이다. 


" 아아. 안 그래도 얼마만의 휴간데 작가는 왜 나를 수렁에 빠트리지 못해 안달인지... "

" 흐응. 놀러가고 싶은 곳이라도 있어? "

" 빠칭코라던가 빠칭코라던ㄱ... 죄송합니다. "

" 왜~? 더 말해봐. 거기 들렸다가 요시와라가서 날이 새도록 질펀하게 놀아줄게. "

" 어이어이, 긴상 몸이 남아나질 못한다고. 질펀하게 논다면서 칼부터 들이댈 것 같은데 사양하고 싶다고. "


푸른색의 보석같은 눈동자가 한 번 반짝인다. 손아귀에 순순히 잡히는 희고 굵직한 손목을 손가락으로 살짝 쓸어내리자 뚱한 눈동자에 불쾌한 기색이 깃든다. 아랑곳하지 않고 손가락으로 더듬거리는 하얀 피부는 보기와는 다르게 건조하다. 약간은 메마른 느낌에 침이 고인다. 그대로 핥아내려도 건조할 것만 같아. 하지만 그렇게까지 했다간 지구를 박살낼 지언정 사카타 긴토키와는 함께 있을 수 없을 것 같아 나름 자제해본다. 그럼에도 건조하게 내려다보는 눈동자에는 변함이 없다. 헤실 웃는 카무이의 얼굴에 단지 흠칫하며 몸을 떨 뿐이다. 


" 그나저나 긴상을 데리고 어디를 가려는 건가? "

" 글쎄, 굳이 그걸 알 필요가 있을까나? 알아봤자 선택권은 당신한테 없잖아. "

" 그건 그렇긴 한데. "

" 그럼 자꾸 물어보지 마. 아니면 나한테 관심있어? "

" 됐습니다. "


붉게 물든 눈가를 곱게 접으며 웃어보인 카무이는 가운데 손가락으로는 긴토키의 손목을 간지럽히며 궁시렁대는 입술에 대고 한 번만 더 입을 열면 물어뜯겠다는 협박과 함께 미리 준비된 차량으로 탑승했다. 하루사메 주제에 이렇게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녀도 되냐는 말에 아무도 하루사메인지 모른다는 간단한 대답을 끝으로 부드럽게 차는 출발했다. 긴토키는 반쯤 체념한 얼굴로 창 밖을 내다봤으나 그가 알 수 있는건 지금 가는 곳이 카부기쵸는 아니라는 사실정도. 전혀 알 수 없는 길로 빠져들면서 어디로 가는 지에도 관심을 끄고 머리 속으로는 무능한 신센구미 잡것들이 언제 올 지 초를 잴 뿐이었다. 그렇게 철저히 푸른 눈동자를 무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긴토키의 허벅지에 손을 올린 채 긴토키 쪽을 바라보는 눈빛은 계속되었다. 뜨겁고, 뭔가 모르게 축축할 것만 같은 눈빛이.


" 어이 그만 보는게 어때? 볼 것도 없는 아저씨의 얼굴일 뿐이잖아. "

" 그 쪽은 잘 모를 지도 모르겠는데, 피부가 되게 건조한거 알아? "

" 원래 뭐든지 시간이 갈수록 말라가는 거지, 푸딩도 오랫동안 가만히 내버려두면 수분이 빠져서 작아진다고. 그 탱글탱글함이 사라진다 이 말이지. "

" 본인이 늙었다고 유세하는 멍청한 짓을 굳이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

" 그러니까 늙은 긴상을 위해 노인 공경차원에서 그만 놔주는게 어때? "

" 내가 그러니까 굳이 왜. "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이길 자신이 없다고 했던가. 암울한 표정으로 딱딱하게 굳어있는 긴토키의 표정을 본 카무이는 단지 웃을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손에 쥔 단단한 손목을 놓지 않았다. 손목에 땀이 찬다는 둥, 습기가 차면 곰팡이가 핀다는 둥 핑계를 대며 손목을 빼보려 하지만 헛소리로 치부된 이후 아예 입을 잠근채 긴토키는 응대를 포기했다. 답답한 침묵이 감돌고, 긴토키는 반쯤 잡힌 손목은 제 손목이 아니라 생각하며 포기한지 오래. 싸우자고 달려들어도 모자랄 판에 멀뚱히 자신을 바라보는 작자에게 무슨 말을 하겠나. 


" 카구라는 잘 지내? "

" 어느 바보 오빠를 걱정하긴 하지만 밥 잘 먹고, 잠 잘자고, 살도 찌고... 직접 확인하지 그래? "

" 흐음... 내가 다시 만날 때까지 만전을 기하라 했던 말은 씹어 먹으셨나. 형씨는 더 약해진 것 같은데? "

" 2년동안 칼 맞고 누워있었으니까 당연한거 아니겠어. "

" 호오, 형씨를 눕힐 수 있는 사람도 있었던가? "


야왕도 넘어뜨리지 못한 당신을? 

긴토키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카무이를 바라보며 '너' 라는 말을 열심히 마음으로 외쳐보지만 통하지 않는 외침일 뿐이었다. 기이하게 반짝이는 눈은 이미 긴토키를 동공 한 가운데 몰아넣은채 바라보고 있었고, 풀린 동공으로 미소를 지어보이는 모습은 흉신악살급으로 잔인해 보이는 얼굴이었으니까. 그 얼굴을 바라보던 긴토키는 문득 하나의 의문을 머리 속에서 꺼내들었다. 과연 자신의 어떠한 모습에서 사디스트들이 발정하게 되는가에 대한 나름대로 진지한 질문을. 아니 그렇잖아. 30줄을 바라보는 아저씨의 몸뚱아리 중 어느 부분이, 대체 어느부분이 그렇게 섹도시발이길래 닿지 못해 안달이야. 소이치로군도 그렇고 이 주홍 대가리도 그렇고. 


부드럽고 편한 동시에 빠르게 주행하던 차가 소음하나 없이 주차장에 세워진 채 멈췄다. 까맣게 선탠이 된 창을 내리고 두 눈을 내민채 밖을 쳐다보던 긴토키는 어째서 자신이 그것도 이 양아치같은 놈이랑 있는지 의아해하면서 강제로 손목을 끌고 나가는 카무이에 의해 큰 덩치를 작은 문으로 내던지며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가 굉장히 비참해지는 순간이었다. 


밖으로 나가서 우산 아래 보이는 푸른 눈이 생각보다 즐거운 빛을 띄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올린다. 질리지도 않는지 근육통이 오지도 않는지 내내 표정이 한결같이 웃는 모습이다. 미묘하게 빡칠 때나 긴토키가 헛소리를 하며 벗어나려 할 때 보다 활짝 웃는 편이긴 하나 기본적으로 무표정도 웃는 모습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웃고 있다. 어느 순간이 지나자 무서울 지경이다. 물론 일반적인 사람에게나 적용되는 말. 애초에 콧방귀도 뀌지 않았던 긴토키나 뒷치닥거리에 뼈빠지게 일만 하는 아부토나 카무이의 미묘한 표정 변화에 주목하며 겁 먹을 사람이 있긴 하던가. 


날은 화창하고 티끌하나도 명확하게 보일 정도로 맑은 날이었으나 미묘하게 표정이 굳으며 활짝 웃어보이는 카무이에게는 거지같을 정도로 저주스러운 날이다. 그러나 지나다니는 아이들은 선명하게 푸른 빛으로 웃고 있다. 반짝이는게 은발에 비치는 하늘 빛처럼 청명하면서도 은은하다. 그리고 눈길을 사로잡는 맑음이다. 그에 카무이의 무지막지한 힘이 쓸데없이 강력한 모근을 가진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쥐어뜯은 것도 어느정도 이해할만 하다. 그러게 누가 은발이래. 


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얼마나 편애를 많이 하셨으면 나같은 놈들은 이런 날에 놀러나오지도 못할까, 

야토족이 대낮에도 날뛰면 평범한 인간들이 불쌍하잖아. 긴상같은 사람들이 피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거라고. 얼마나 고마운 태양이야. 

시덥잖은 얘기를 지껄이면서도 긴토키는 야토의 병기겸 우산 밑에서 카무이의 키에 맞춰 허리와 목을 숙여준다. 반쯤은 손목을 잡은 손아귀의 힘이 약간이라도 풀리기를 기대하며 하는 행동이었으나 우습다는 듯이 강하게 손목을 거머쥔 힘은 풀리지 않고 옥죄어 온다. 썩을. 대체 왜 나야. 


" 그나저나 백주대낮에 여긴 왜 온거래? 우산을 뒤집어 써가면서. "

" 요시와라로 데려가면 발악할까봐. "

" 이미 긴상은 충분히 발악하고 있는데? "

" 그러면 바로 싸워야 할텐데, 그렇게 약한 상태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

" 그렇다고 여기에 데려올 이유는 없는 것 같거든? 긴상같은 아저씨는 이런 놀이공원이랑 어울리지 않아요. "

" 뭐, 사람이 많은게 방해가 적기도 하니까. "


라는 말을 끝으로 긴토키는 카무이의 손에 이끌려 수 많은 인파 속으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다. 남겨진 아부토등은 해방감과 함께 기쁨의 눈물은 개뿔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저 야토를 쫓아 꼬맹이의 뒷처리를 맡은 아버지의 처연한 모습을 보이며 달려갔다. 


그 시각


" 소고 13. 형씨의 손목을 잡은 빌어먹을 하루사메 개자식의 손목과 함께 알 두개를 날려버리는게 목표다 입니다. "

" 무슨 헛소리야!! "

" 아, 뭐하시는 겁니까. 스나이퍼는 입닥치고 조용히 있어. "

" 저 놈은 왜 또 저기 껴있어? "

" 제가 압니까. 아, 잠시만 카메라 카메라. "

" 뭐하는건데? "

" 변태 에로 꼬맹이 주제에 감각은 있어서 형씨한테 수트를 입혀놨더라구요. 그래서 두고 두고 간직하게. "

" 곤도씨... 너 때문에 저 놈까지 스토커짓을 하잖아!!!!!!! "


간절히 쌍욕을 날리며 신센구미를 찾는 긴토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마리의 고릴라의 부르짖음만이 공간을 가로질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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