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토키X오키타

*약수위




무료

(1 편)





까마득한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분이 묘하다. 바람은 불고 한파에 뼈마디가 시리다. 노친네도 아니고 벌써 관절 타령을 불러 재끼는 카구라와 집 안 정리를 하면서 카구라에게 츳코미를 걸어대는 신파치가 보인다. 평화롭고 평안한 하루다. 의뢰인들도 추위에 코타츠에서 에로영화를 찍는지 의뢰도 없으니 몸이 늘어지기만 한다. 따듯한 코타츠 안에 있으니 밖으로 나가기가 싫다. 누가 자꾸 앉아만 있지 말고 움직이라 소리를 질러대지만 들리지 않는다.


“안 들으려고 하는 거겠죠!!”


남의 생각을 엿보고 츳코미를 거는 캐릭터는 너밖에 없을 거다 신파치. 그렇게 대놓고 네타발언하면 평생 신이치는 되지 못할걸? 하긴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 코타츠가 따듯하다는 게 더 중요하지. 코타츠에 들어와 눌러앉은 하얀색 털 뭉치 아래 발을 집어넣고 있으니 뜨듯하니 기분이 좋다. 밥 먹이는 게 귀찮긴 하지만 이럴 땐 얘도 쓸 만하긴 하다. 하긴 요로즈야에서 신파치말고 쓸모없는 놈은 없지.


“왜 제가 나오는 건데요!!!!"


그리고 생각 읽고 대답하지 말아주련? 작가가 글 쓰는데 방해된다고 안경을 깨부수면 어쩌려고 그래. 본체는 소중히 해야지. 그럼 그럼. 긴상이 전에 얘기하지 않았었나? 긴상의 본체는 긴상의 불X이라고. X알. 그러니까 매번 험난한 긴상의 라이프마냥 긴상의 분신이 험난함을 같이 겪고 있는 거지. 남자의 상징이랄까. 물론 칼 들고 설치지는 못하지만, 이것도 엄연히 하나의 총…


“그만하시죠. 그러다가 전처럼 작가가 아예 긴코로 만들어 버릴지 누가 알아요. 그나저나 오늘은 정말 한적하네요. 평소에도 많은 편은 아니지만, 매번 시끄러웠던 것 같은데.”

“다들 추우니까 뜨듯한 코타츠 안에서 안 움직이는거다해.”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있는 게 더 좋잖아. 참 누나가 다 같이 전골이나 해 먹자고 하던데요.”

“긴상은 오늘 코타츠 안을 나서지 않을 예정이니 카구라나 데리고 가든지. 그리고 저기 책장에 누워있는 놈도 데려가.”



간절하게 이쪽 이름을 외치며 긴토키씨와 함께 뜨거운 밤을 보내겠다는 둥 외쳐대는 여자를 무시하고 코타츠 안으로 슬금슬금 들어가니 한숨을 푹 내쉰 신파치가 두 여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한적한 공간에 고요가 내리깔렸다. 매번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 이렇게까지 조용할 수 있었다는 데에서 새삼 신기함을 느낀다. 몸을 뒤척이고 숨을 내쉬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의 고요함.


 매번 시끄럽던 공간이 조용하니 약간은 어색하지만, 일생을 전장의 고요 속에 보내온 만큼 별 감흥은 없었다. 언제나 전장 속에서는 칼을 부딪치는 소리를 제외하고는 심장이 뛰는 소리와 적을 베거나 찌를 때 검이 그 피육을 가르는 소리만이 귀에 들렸었으니까. 그 정도로 집중하지 못하면 아마 일찌감치 모가지가 다른 놈들의 손에 날라 갔을 테니 당연한 말이다.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당신이 없었다면 내 인생은 아마도 고요 속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날 거두지 않았다면 동료를 만들려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테고, 모두를 죽일지 언정 같이 걸어가려는 생각은 하지 못했을 테니까. 당신이 내게 지워준 짐은 너무나도 무겁지만, 그런데도 내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끌어주는 것이니까 당신을 원망하지 않는다. 뭐, 원망해봤자 당신은 돌아오지도 않으니까.


조용하니 상념이 깊어진다. 상념 사이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알아봐달라는 듯이 느리지만 경쾌한 발소리다. 뻔질나게 드나들면서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땡땡이라고 외쳐대는 놈은 한 명밖에 없지. 꼬맹이들도 내보냈는데 집에 들락거릴 놈도 그놈 외에는 없을 테고.


“형씨~? 안에 있어요? 어라, 없나.”

“방 안이다, 요 녀석아. 오늘은 또 무슨 일로 왔어.”

“추워서요. 추운데 남자 새끼들만 득실거리는 데 있기 싫어서 왔죠. 그 안에 있으면 손가락 오 형제랑 놀기밖에 더하겠어요. 더구나 전 도S라 평범한 내용은 별로 안 좋아한단 말이죠. 추울 때 아이폰처럼 안 서요. 그렇다고 조루는 아니지만.”

“참 얼굴이랑 따로 노는 놈 중에 하나란 말이야. 즈라랑 다를 바가 없잖아.”

“광란의 NTR마스터요? 그놈이랑 비슷하다고 하지 말아주실래요? 뭔가 기분 나쁜데.”


방문이 열리고 천천히 남자가 안으로 들어섰다. 둥근 붉은 색 눈에 갈색 머리가 익숙하기만 하다. 당최 신센구미는 무슨 생각으로 어린놈을 그런 무력집단에 집어넣었는지는 몰라도, 제복을 입고 제가 해야 할 일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해내는 모습은 감정을 잃어버린 과거의 제 모습을 연상시키는 면이 없잖아 있어 자꾸 눈이 간다. 그래서 이렇게 말도 없이 찾아와도 매번 받아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무심한 눈으로 이쪽을 깔아내려 보다가 피식 웃어 보인다. 뭔가의 짜증이 훅 치솟아 오르지만 그렇다고 일어나서 대응하지는 않았다. 귀찮으니까. 그놈의 발이 내 뒤통수를 뭉개기 전까지는. 


그대로 발목을 잡아 올리며 의아함 반 짜증 반을 담은 채 올려다보니 괴기스럽게 눈을 빛내며 웃던 얼굴을 순식간에 바꿔 보이며 발을 빼내 잽싸게 코타츠 반대편으로 가 앉는다. 조용한 하루는 개뿔, 오늘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긴 그른 것 같다. 고독이나 사색하는 긴상의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도 왜 작가나 고릴라나 다들 경기를 일으키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니까. 긴상이 사색을 하며 원대한 목표를 수립한다든가, 뭔가의 깨달음을 얻어소드마스터가 된다든가 할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사색을 통해서 새로운 스킬도 얻고 얼마나 좋아.


“아, 죄송해요. 뒤통수가 너무 탐스럽게 생겨서 한번 밟아보고 싶었어요. 형씨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뭔가 흥분되기도 하고.”

“하……. 널 보고 있으면 마요라의 기분이 이해된다니까.”

“제가 왜요. 제가 뭘요.”

“어이, 아무리 긴상의 머리가 동그랗고 폭신폭신해서 밟아보고 싶게 생겼어도, 이래 봬도 긴상은 S쪽이라 당하는 데는 약하다고.”

“어라, 생각보다 화는 많이 안내네요? 밟히니까 뭔가 마조히스트적인 감성이 올라오셨나? 뭔가 흥분되셨나?”

“오키타군. 긴상이 오키타군보다 다리가 길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는데. 오키타군은 긴상의 불X에 발이 닿지 않겠지만 긴상은 충분히 닿는다고.”

“형씨, 전 나이가 어려서 그렇게 노골적인 말을 꺼내시면 소고는 부끄러운데. 형씨처럼 문란한 연애를 많이 해보진 못했다고요.”


정말로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살짝 돌린 모습이 가관이다. 배란기 드립치는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도S라는 놈이 할 말은 더더욱 아닌 것 같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는 것도 귀찮아 앉은 상태에서 상 위에 있는 귤이나 까먹고 있자니 주위를 둘러보던 소고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차이나랑 안경은요? 웬일로 혼자서 청승이래.”

“신파치네 집에서 전골 먹는다고 다들 갔지. 곧 새해잖냐. 새해맞이로 한 번 모인 것 같은데, 이쪽은 오랜만에 홀로 사색을 즐기려다가 누군가의 방해를 받았을 뿐이고.”

“형씨는 에로 잡지나 보면서 캐츠노 아나의 엉덩이 구멍이나 떠올리는 게 더 어울리는데.”

“날 뭐로 보는 거냐. 요 녀석아. 사색 중에 미끈미끈해질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매번 손가락 오형제랑 노는 건 아니란 말이지. 그나저나 차? 아니면 커피.”

"카페라떼요. 좀 피곤하네요."


딸기 우유를 챙기고, 진한 커피에 설탕을 가득 부어 넣고 초콜릿을 넣고 우유를 넣은 채 방 안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며 보이는 건 주변을 둘러보는 도S의 모습. 동야호를 주시하다가 인기척에 고개를 팍 돌리는 모습이 상처 입은 강아지 같으면서도 일종의 직업병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목숨을 가져가는 직업은,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유달리 다른 사람의 행동에 반응이 빠른 편이니까. 특히 소리나 인기척에.


딸기 우유와 커피를 내려놓고 가벼운 간식거리라도 가져와야 할 것 같아서 누가 먹다 남은 것 같은 쿠키를 들고 방 안으로 들어가니, 유달리 안이 부산스럽다. 뭔가를 빠르게 숨기는 녀석의 모습에 의심쩍은 눈빛을 보내자 어깨를 으쓱해 보일 뿐이다. 쿠키를 내려놓고 반대편에 앉아 쿠키를 씹으며 딸기우유를 집어 드는데 왠지 모르게 매콤한 향이 코를 찔러온다. 딸기 우유의 색이 전과 다르게 선명한 붉은 색을 띤다. 붉은색이 올라오는 모습을 보며 앞에 있는 놈의 얼굴을 바라보니 딴청을 피우며 커피를 입에 댈 뿐이다. 의심을 거두지 않고 딸기 우유를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동시에 와작 얼굴이 일그러졌다.


“매워-----!!!!!!!!”

“윽…. 이거 너무 단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거긴 합니까? 당뇨 걸려 뒈질 상이네.”

“오키타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긴상이 친히 커피까지 내려줬는데 감히 딸기 우유에 타바스코를 넣으면 안 되지 않겠어?”

“이걸 커피라고 하는 건 커피에 대한 모욕인 것 같은데요. 인간적으로 본인의 입맛을 남에게 강요하시면 안 되죠.”

“그렇다고 타바스코를 진탕 넣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은데?”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요?

중얼거리듯 말을 흘려버리고는 이쪽으로 그것도 커피잔을 들고 온 오키타군을 의심쩍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나름 순수한 그 얼굴로 말간 미소를 지어 보인다. 붉은색의 눈동자에 장난기가 가득히 배어있는 채로 느릿하게 커피를 한 모금 머금더니 달다며 얼굴을 찌푸린다. 기분이 상해 일갈을 터트리려던 찰나에 말캉한 무언가가 입으로 치고 들어왔다. 깊은 커피 향이 풍기고 달달한 초콜릿과 설탕 덩어리가 입 안에서 풀어지며 혀끝이 저릿할 정도의 단맛이 느껴졌다. 그 달콤하고도 말캉한 이물질을 가볍게 혀로 쓸어내리자 작은 웃음소리가 흘러들었다. 멍하니 그 이물질의 정체를 찬찬히 고민하다가 피부에 와 닿는 꽤 좋은 피부의 촉감에 한참 빠져있던 정신이 순식간에 돌아왔다.


“……. 오키타군?”

“맵다면서요. 달달하게 해준 건데 불만이 많으시네.”

“아무리 남자라고 해도 오키타군. 긴상은 아저씨고 이 집에 간 둘이 있는 상태에서 이런 자극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데, 요 녀석아.”

“……. 형씨. 남자도 돼요?”

“왠지 굉장히 답하기 어려운 질문인데, 그런 말을 하는 이유는?”

“그냥 심심해서? 뭔가의 색다름을 원하니까?”

“나이가 몇이라고 그런 소리나 하고 앉아있어. 정 심심하면 요시와라 가서 유녀들이나 끼고 놀던지.”

“이래 봬도 신센구미란 말입니다. 눈치는 안 보지만 보는 척이라도 해야 해서. 경위서도 적기 귀찮고. 그리고 형씨가 흥분했을 때의 표정도 궁금하고.”

“그런 건 궁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아저씨의 흥분한 표정을 볼 바에는 거울 보면서 손가락 오형제랑 노는 게 더 흥미로울걸.”

“스릴 넘치긴 하겠지만 둔영 내에서 그러다간 쌍욕 먹을걸요. 형씨 앞에서 해도 되지만 아마 꽤 꼴릴 텐데.”


야릇하게 웃는 꼬라지가 요사스럽다. 신이시여. 제가 얼마나 잘났으면 남자도 엉덩이를 들이밀지 못해 안달이 났답니까. 요 녀석을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도S에 망언을 일삼는 녀석이라 해도 남자아이라는 점과 전골만 먹고 돌아 올지도 모를 카구라나 신파치도 걸린다. 무엇보다도 여자에게는 잘 서지만 남자에게는…. 물론 하세가와라는 예외가 있긴 했지만 그땐 술어 쩔어 있었기도 하고. 둥근 눈과 하얀 피부가 눈에 들어온다. 제 누나를 닮아서인지 선이 곱고 매력적인 얼굴이다. 아, 사카타 긴토키 미쳤구나. 제의 같지도 않은 시답잖은 제안을 거절하지도 못하고 흔들리는 꼬라지라니. 저거 저거 봐. 입꼬리 올라가는 거. 저거 놀리는 거라니까. 아까는 발로 머리를 밟질 않나 타바스코를 넣질 않나. 오늘은 귀찮아서 움직이지도 않을 생각이었는데 말이지. 조용한 사색을 즐기려 했는데 말이지. 자꾸 누가 귀찮게 하고 사색을 방해하고 흔들리게 만든단 말이지.


“굳이 꼴릴 때까지 엉덩이를 흔들지 않아도 충분히 흔들리니까 유혹은 원치 않는다고. 요 녀석아. 굳이 긴상을 꼬셔서 얻는 것도 없을 텐데.”

“스릴이죠. 일종의.”

“후회하지 않을 자신만 있다면. 긴상이 좀 과격한 편이라 아마 끝나고 후회할 것 같은데.”

“아아, 아프다고 반차내면 되니까. 할 생각은 있나 봐요.”

“울지는 말고. 긴상이 꽤 커서 아플 거야, 아마.”

“제가 박으면 안 될까요.”

“힘으로 이길 수 있으면 해봐도 좋고.”


이쪽을 향해 둥근 눈이 매력적으로 휘어지며 붉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계획적인 일이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아무렴 어때.


매정하시네.

벌이야. 감히 잠자는 긴상을 건드린 벌. 요 녀석아. 싫으면 싫다고 얘기하던지.

싫을 리가요. 여기 올 때마다 하고 싶어 미치는 줄 알았는데, 몰랐나 보네.

엉덩이를 들썩이는 꼬라지가 볼 만 하긴 했지. 설마 나한테 발정하는 줄은 몰랐지만.

설마 차이나나 안경에게 발정할까 봐요. 그나저나 등이 배길 것 같은데 이불 위에서 하면 안 돼요?

그러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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